친구가 있었습니다.
이십대 초반 하숙을 같이 할 때 부터
붙임성이 좋고 명랑해서 누구나 좋아했지요.
다만 연애를 잘 못해서 결혼이 제일 늦었지만
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취직도 잘 하고
입사 이십년 만에 이사까지 승진하여
돈과 명예를 이뤄 소위 성공을 하였습니다.
그동안 몇 번 만나기는 하였지만
늘 바쁘고 시간에 쫒기는 모습이었고
그 좋아하던 친구도 소주도 낭만도 모두 접고
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.
몇년 전, 직장에서 퇴직을 했다며
서울로 이사해 편히 살겠노라 전화가 왔습니다.
이제, 일도 없으니 시간 좀 내 보자고도 했습니다.
열심히 번 돈으로 좋은 일도 하고 싶고
못 만난 친구들과 소주도 하고싶다 했습니다.
경제적으로 아무 걱정이 없으니
이 친구, 세상 걱정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.
다만 가정에 문제가 있는지 혼자 살고 싶다 했지만
부부란 늘상 그러면서 사는 것이라 말해 주었지요.
그 해가 저물어 갈 무렵,
서울사는 다른 친구로 부터 전화가 왔습니다.
시간이 많다던 이 친구 도무지 연락이 안된다구요.
그래서 어디 해외여행이라도 갔다보다 생각했습니다.
그 이후,
친구는 여전히 불통이려니 하면서도
습관처럼 눌러보던 이 친구 휴대폰 전화번호,
새 해 인사라도 나누려 걸어 본 전화에
'철커덕' 하며 들린 낯선 목소리...
"아부지가요, 작년 11월에...
오피스텔에 혼자 사시다가요...
심장마비로 갑자기 돌아가셨어요."
참 행복은 무엇일까요.
비록 가난하여 생활이 불편할지라도
그래서 때때로 막막하고 삶이 고단하더라도
사랑으로 지켜줄 소중한 가족이 있는 한
우리 모두는 진정 행복한 사람들입니다.
(2008.7.24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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