나의 이야기

저...말씀 좀 여쭙겠습니다.

방패연사랑 2010. 2. 3. 11:24

며칠 전,

수수한 점퍼 차림의 사십대 남자 한 사람,

밖에서 우리 가게를 한참 동안 유심히 살피더니

수첩을 들고 조심스레 가게 안으로 들어왔습니다.
"저... 말씀 좀 여쭙겠습니다..."

 

어서 오시라며 얼른 일어나 자리를 권하니
먼저, 손님이 아니라 죄송하다고 말을 합니다.
이런 경우 대개 무슨 일로 왔는지 짐작할 수가 있고

선뜻 말을 못 꺼내는 사람에게 먼저 말을 꺼냅니다.
"이런 일에 관심이 있으세요?"   "예, 좀...궁금해서요..."
"장사 해 보신 경험은 있으시구요?"   "아니오, 전혀..."
"그럼, 이런 장사가 적성에 맞아 재미있을 것 같으세요?"

"적성 보다도... 그저 일이 좀 쉬울 것 같아서요."

 

무슨 사연이 있는지 물어 볼 수는 없지만

새로이 장사로 먹고 살 길을 찾는 사람이겠지요.

경험도 없고 무슨 일을 할지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

무엇 보다도 쉽게 돈 버는 일을 찾는 그 사람에게
내 장사 경험들을 친절히 이야기 해 주었습니다.

"그러다면 이 장사도 쉽지 않은 일이군요."

"무슨 일이든. 세상에 쉬운 장사는 없다고 봐야지요. "
어느 새 수첩을 덮고 내 말에 고개만 끄덕이던 그 사람,
묻고 싶었을 월 소득, 초기 투자금등 묻지도 못한 채
고맙다 인사와 함께 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고

그래도 막막한 상태에서 기대를 하고 왔을 텐데
처진 어깨로 나가는 뒷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습니다.

"무슨 장사든 열심히 하시면 됩니다. 힘 내십시오."

 

문득,

15년 전, 이 장사 처음 시작하던 때가 생각났습니다.

"장사는 남을 죽여야 살아 남는 것인데... 잘 하실지..."

"남을 속일 줄도, 때론 도둑질도 해야 하는게 장사판인데..."

충고랍시고 해 주던 주변의 엉터리 장사꾼 말에

아무 것도 모른 채 얼마나 마음이 무겁고 답답하던지.

 

혹시, 내 말에 낙담하여 떠난 그 사람에게

나 또한 그런 매정한 장사꾼으로 보여진 건 아닌지...

설사 그렇다 하더라도

세상엔 쉽게 돈 버는 장사가 없다는 것 하나 만이라도

나로 인해 깨닫게 되었으면 좋겠습니다.

 

어서 따듯한 봄이 와서 경기도 풀리고

힘든 사람들 마음도 함께 풀렸으면...

 

'나의 이야기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문득 그려보는 예순 살의 자화상..  (0) 2011.06.06
2010년 12월, 어느 겨울 밤 풍경...  (0) 2010.12.14
장사, 아무나 하는게 아니라지만...  (0) 2009.09.05
잠깐의 행복  (0) 2009.08.31
내 글이 TV에...  (0) 2009.08.29